몇주 동안 여러 사정상 시골집을 돌아보지 못했다. 오랫만에 들렀더니 초겨울 옷을 입고있네. 어머님 말씀으로는 지난주에 엄청 추웠다고 해서 충전식 핫팩이랑 속옷에 붙이는 핫팩을 준비했다. 이제 둘러보고 팔걷고 일해 볼까?
밤나무는 잎을 다 떨구었다. 갑자기 추워지는 날에는 냉해를 입는 밭 작물들이 있게 마련인데 허브들은 초록초록하고 왕성하게 뻣어간다. 흐미~ 언덕에는 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들과 그 밑에 계절을 잊은듯 아직도 초록빛을 발하는 식물들이 섞여 있다.
허브인데 (이름 까먹음) 많이 풍성해졌다. 귀퉁이가 깨진 화분 속에 루돌프인지 장식품은 주워다 놓은거. 흰색 꽃잔디는 군데군데 이렇게 꽃을 피고 있다. 콜라비는 점점 알이 굵어져간다.
히히 빨강 털양말과 보라색 털신. 이게 보온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시골에서는 꼭 있어야 한다. 촌스러운게 아니고 이게 시골의 트렌드다. 서리 맞으면 안되는 것들은 비닐을 씌워 보온해준다. 마당에 땔감을 널어놓고 햇볕에 말린다. 밭에 밤송이를 거두어서 솥을 걸고 태우면 물도 데우고 탕도 끓이고 두루두루 좋다.
지난 번에 바닥을 파고 시멘트를 붓고, 보강철물을 심어서 양생을 했다. 아~그런데 이게 수평계를 놓고 균형을 맞춰서 했는데 굳으면서 수평이 틀어졌다. 기둥을 세우고 보니 기울어지네. 옆집 액티브한 녀석이 침대 메트리스 받침살을 뽀개 먹어서 침대를 버리길래 원목을 가져다가 문짝으로 환생. 오~굿 아주 딱이네.ㅎ
1단 침대 살을 이어 붙인거, 2단 유려한? 톱질로(이거 하느라 팔은 아프지만) 곡선을 만들고, 3단 오일스테인 도장. 어때? 이뻐졌네. 나무 옹이도 보이고 원목 그대로네. 문장식을 하고 경첩이랑 빗장 달아서 완성하면 된다.
근처에 문화재가 몇개 있다. 지현리 3층 석탑, 호장공묘, 알봉3개. 집에 오면 뭔가 할 일이 있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호떡 사 먹으러 장에 갔다가 늦게 갔는지 파장하고 한산하다. 에잇! 그 바람에 호장공묘 뒤에 산책길로 들어섰다. 산책길이 산으로 이어져 있어서 조금만 올라가도 동네가 내려 보인다. 우리집 지붕도 보이고 맑은 공기 마시니 좋다.
정원을 가꾸려면 필수 아닌가? 오래된 연산홍이 내 키보다 훨씬 큰데 밑가지들을 잘라주었다. 여름엔 이것저것 정원식물들이 밀림처럼 엉켜 있어서 접근을 할수가 없는데, 이런 때 나뭇잎을 뒤집어 쓰고 온갓 풀씨가 들러붙어도 해야하는 작업. 전정. 후련하다. 내년 봄이 오면 정원에 이식하려고 미니팬지를 파종했다. 정원을 가꾸려면 신경 써야하는게 많다.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담아야 한다.
어머님이 얘기를 하신다. 내년 봄에는 아얘 들어와 살면서 개한마리 키워야 겠다고. 어머님은 집을 가꾸는데 열정이 많으신지라 이런 생각을 하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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