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집에 들어섰더니 처마 아래에 있는 화분들은 비를 피해 있어서 물이 엄청 고팠다. 완전 시들시들한거 목부터 축였더니 몇시간 만에 살아났다.

지금은 맥문동 꽃이 만개다. 이게 화색이 선명하지 않아서 눈에 덜 띄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존재감을 떨치는 중이다. 페츄니아. 일일초 지금은 이 놈들이 효자다.

실은 천일홍도 만개지만 앞에 키가 큰 코스모스가 천일홍을 가려서 눈에 안뜨인다. 정원사의 실수. 코스모스 너는 상황이 이럴진데 이쁘게 만개 안하면 미운털 박힌다.

오색동백 올해는 냉해 입은 꽃들이 있어서 좀 아쉬웠는데 튼실한 씨방은 몇개 달려서 기부니가 좋구나. 보는 동안 흐믓했지만 더 익도록 고이 남겨둔다. 적당한 때에 채종해야지. 실생발아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고민은 좀 된다.

문간채 처마 서까래 끝에 왕 큰 사마귀가 매달려 있다. 아 무셔버라. 놀랬잖아. 우리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하자. 뽕나무가 무성해서 가지를 잘라주다가 매미 껍데기를 발견했다. 니놈이 목청 찢어져라 울었구나. 귀가 따갑다.

요즘 계속 피고지고 색색깔로 폭죽 터졌는데 오늘은 개화 타이밍 안 맞았다. 씨방이라고 달린 것을 해부해 봤지만 씨앗이라고 할게 없다. 이게 씨앗이 잘 안생기나봐. 열심히 줄기 끊어다가 늘려야지. 힝~~

설악초는 의도하지 않게 아무데서나 하나씩 난다. 작년에 많지는 않아도 씨앗이라고 채종해서 올해 뿌린건 하나도 안나서 아쉽다 했더만ᆢ옥잠화 올해는 대거 아사를 시켰더니 이사한 녀석들은 꽃이 안 피고 몇군데서 겨우 피었네. 내가 그럴줄 알았지. 담장 아래 국화는 한동안 잘 큰다고 기대했는데 한구탱이가 타 들어간다. 내 맘도 탔다.

담장 아래 메리골드는 이제 개화 시작이다.이건 꽃도 고급지게 예쁘지만 크기도 적당하다. 벌레도 안먹고 오랜동안 피고지니 눈이 호강이다. 좀작살 나무 꽃이 한두개 터진다. 지금도 좁쌉같이 작은 열매들이 닥지닥지 달렸는데 그게 하얗다가 진자주색으로 익게된다. 그게 또 눈길이 가지. 상사화가 바깥 정원 밀림 속에서 개화하더니 화무십일홍이니까 서서히 져간다.

이름은 일일이 모르겠는데 덩굴성 잡초들이 세상을 뒤덮는다. 이것도 자기 때 만났다고 꽃들이 핀다. 징글징글한 것들 ᆢ 꽃만은 예쁘다 해줄까 말까?

사과가 엉망이지만 농약을 안하니까 그렇지. 감나무 잎도 벌레 먹어서 잎맥이 앙상하다. 내 기대는 밤나무. 너만은 내게 기쁨을 주겠니? 많든 적든 정확하게 8월 하순부터 알밤이 떨어질거다.

선물 받은 사과묘목. 미니사과 품종인데 이게 주변에 들깨가 사과보다 더 커버려서 묻혔고 호박덩굴, 덩굴잡초 다 덤벼들어서 자취를 감췄다. 아고~여기 쯤에 사과가 있을건데 어디 있지? 한참을 찾다가 겨우 찾아서 덩굴 다 끊어냈다. 살아 있네. 다행이다.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하네.

밤나무 주변으로 빙둘러 옥잠화들을 옮겨놨다. 오래 묵은 것들이라 캐기가 상당히 어려웠고 그마저도 다 못 캐고 일부만 이식 했었다. 음지성 식물미라 비록 햇볕 안드는 밤나무 아래지만 잘 크고 있다. 다만 올해는 꽃을 못 피운다. 뭐 어쩔 ᆢ 집으로 돌아 오려고 챙기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워매 양동이를 드리붓는다. 올 여름도 유난 하구나.
태풍 카눈은 한반도를 세로로 질러갔다. 방송에서 경고했던거 보다 수월하게 지나간거 같은데 역시나 일부 지역에서는 재난재해가 있었다. 이 와중에 뉴스는 세계 망신된 잼버리행사로 도배되었다. 난 너무도 더운 여름 휴가를 에어컨 아래서 세상을 보고 있구나. 시골집은 폭염에 무리하지 않으려고 일은 최대한 쉬엄쉬엄 했다. 그저 텃밭에 작물들 조금 살펴보고 집안 환기 시키고 고양이들 먹을거 챙겨 준다. 고양이들은 처음에는 멀리서도 도망갔는데 이젠 아얘 익숙하게 밥그릇 옆을 뒹구르며 먹을거 내놓으라고 성화다. 이게 냥집사인건가? 몇가지 둘러보고 얼른 도시집으로 돌아왔다. 아고 덥다. 오늘은 내 콧구멍에 시원하게 들숨날숨 쉬어지는게 다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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