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한옥 일기 230901

기단에는 처마로 비 가림이 되어 있어서 이 땡볕에 물을 안주면 삐들삐들 시든다. 올때마다 오자마자 해갈하라고 한 바가지씩 물을 퍼주면 축 처져 있던 잎들은 한두시간 만에 꼿꼿하게 선다. 페추니아, 일일초, 만첩채송화, 원추리 ᆢ

능소화는 계속 피고지고 줄기는 한없이 뻗고 있다. 어쩌면 나무백일홍보다 더 오래 폈는지도 모르겠다. 로즈힙은 장미 씨방을 이르는 말이다.식용 품종에 따라 로즈힙을 대량생산해서 오일, 차, 잼, 시럽 등등 활용도가 다양하다. 비타민도 많다고 했다. 근데 우리집 로즈힙은 빨갛게 익은게 아니라 갈색이다. 너무 익었나? 여튼 몆개 달려 있다. 장미 가지는 무시무시한 도깨비 방망이가 따로 없다.

얼마 전에는 옥잠화가 이식해서 별로 개화가 안되는줄 알았는데 워메~ 겁나브러. 뭐라 표현하기 어렵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향은 아니지만 향기가 난다. 부추꽃 은근 이쁘다. 하얀것이 깔끔하다.

나비가 무늬가 특이했는데 날개를 접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하겠네. 어이~ 메뚜기씨는 언제 왔나? 반가워요.

목화가 꽃이 이쁜데 잎장이 커서 잎장 밑에 숨어서 잘 안보이기 일쑤다.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은 꽃.

댑싸리는 벌써 꽃이 피나? 이 녀석 한 놈 때문에 내년에도 여기저기서 댑싸리 나겠네. 나눔 받은 바니테일 씨앗. 일회용 커피컵에 파종했는데 레몬나무 화분에 얹혀살기로 했다. 레몬나무 화분이 꽤 크니까 바닥에 옮겨 심어 주었다. 바니테일은 강아지풀이나 마찬가지인데 토끼꼬리처럼 몽퉁하게 생겼다. 이식한지 얼마 안되서 늘어져 있지만 물도 주었으니 생생하게 살아나길 바래.

호박덩굴이 앞집 할머니 밭으로 사정없이 뻗었다. 할머니가 싫어할거 같아서 오늘은 맘 먹고 걷었다. 환장덩쿨과 호박덩굴이 함께 콜라보해서 대환장이였다. 걷어 준 덩굴이 한무더기다. 호박은 애호박이 커버려서 괴물호박이 됬다. 30cm쯤 되는 통에 넣었는데 사진으로 찍으니 작아보이는군. 밤도 조금씩 떨어진다.

작년까지 호두가 별로 안달려서 수확이랄게 없었다. 이번에는 잎이 벌써 다 떨어지고 호두만 가지에 붙어 있어서 보니까 꽤 많이 달려 있구나. 장대 가져다가 털었다. 오호 씐나. 수확의 기쁨. 호두가 풀숲에 떨어지면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잃어버린 호두는 어쩔수 없고, 한광주리 털었다. 이거 따는거 하늘 향해 모가지들고 있는거 목 아프고, 장대 들고 조금만 있어도 팔 아프고 보동 일은 아니다. 처음 몇개 털때는 신나더니 나중에는 힘들어서 호두를 나무에 남겨두었다. 모든게 거저 얻는게 아니다. 집에 와서 겉껍질을 까니까 이렇게 우리가 아는 호두가 나온다.

천일홍 몆개 잘라서 꽃놀이 했다. 어흐~ 이쁘다. 하늘도 우리 집도 이쁘구나. 집에 가져와서 드라이 플라워 하려고 거꾸로 매달아 놨다. 다음번에 또 잘라서 꽃 한다발을 만들어야지.
오늘을 조금 덜 뜨거워서 노동을 좀 했다. 그동안 덥다고 설렁설렁 했거든. 잡초도 많이 뽑았고, 어마무시한 덩굴을 걷었고, 호두 털었다. 집에 와서는 호박잎을 솥에 찌고 강된장 보글보글 끓여서 쌈 싸 먹었다. 얼마만에 먹는 호박잎인지. 자연의 맛이다. 우리들 입은 인공적인 맛에 많이 노출되어서 이런 것에 흥이 많이 떨어지는데 노동을 한 탓인지 맛있게 잡쉈당. ㅎ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뒤편에 보일러실 문을 열어놓고 왔구나. 지난번에 문짝에 곰팡이가 펴서 갈때마다 환기했는데 오늘도 환기한다고 열어놓고 깜빡하고 마무리를 안했네. 별거 없지만 혹여라도 바람불때 문짝이 덜겅거릴까봐.그리고 고양이들이 들어가서 전선이나 배수관을 뜯어 놓을까봐. 이느므 정신력은 깜빡하는게 문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