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한옥 일기 230721

시골집에 cctv를 달았었다. 비가 하도 많이 와서 가보지도 못하고 화면만 보고 제발 별일 없기를 기도한다. 비가 천년만에 비라는 말도 나올만큼 대단하게 온다. 옆지기는 매일같이 지나는 길이 있는데 물에 잠기고 사망 사고가 났다. 그날은 오송지하차도(궁평2지하차도)가 막혀서 길을 한참을 돌아 목적지에 갔는데 주변분들이 어떻게 왔느냐고 놀라더라는 ᆢ그 길에서 사고가 있었다며 ᆢ생각할수록 간담이 서늘한건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더라면 어떻게 됬을까? 안타까운 사고는 마음 애석하지만 내 가족이 별일 없다는 사실에는 너무도 감사하다. 일기 첫 부분을 우울하게 시작하게된건 그만큼 대단한 비였고, 그 때문에 이동이 어려웠다는걸 미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폭우로 시골집을 오랫만에 왔더니 집 꼴이 이렇다. 주방 도구, 바닥, 의자 모든 곳에 곰팡이가 피었다. 주거를 하지않으니까 이런거다. 벽은 흙벽이라고 유일하게 곰팡이가 없다. 곰팡이 부터 닦아내고 선풍기를 연신 돌려댔다.

양수기는 물이 고였다. 어머님 말로는 퍼내도 자꾸 물이 고이는게 샘이란다. 맞네. 옹달샘도 아니구 이건 헛웃음이 나온다. 평소에도 물이 조금씩 고이는데 지금은 어마하게 고였다. 비가 많이 왔다고 정원을 지나는 수로에 물이 콸콸 흐른다. 개구리는 물살이 세서 건너지도 못한다. 떠내려가.

집 안을 한번 둘러보고 정원도 돌아본다. 일일초는 색도 강하고 계속 피고지는 것이 개화를 오래 볼수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중에도 처마 아래서 계속 피고지는 녀석들이다.

페츄니아도 처마 아래서 계속 피고지고. 한번도 순지르기를 하지 않아서 풍성하지 않지만 신경안써도 지들 멋대로 큰다. ㅎ

드디어 상사화가 꽃대를 올렸다. 작년에 비해 좀 이른거 같다. 점점 빨라지는건 기후 변화때문인가 보다. 아직 만개 상황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꽃대를 올리고 있다.

이 무더위에도 지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꽃들. 기단 아래 맥문동은 연보라색 꽃이 피었다. 겹채송화도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있어야 다글다글 필거같다. 미니팬지는 한 구탱이에서 신경도 안써주는데 귀엽게 꽃을 피웠다. 대형 옥잠화가 꽃대를 올렸다. 정원 곳곳에 옥잠화들이 있으니 곳곳에서 꽃대 올릴거다. 몇몇 옥잠화는 자리 옮긴지 얼마 안되서 꽃을 보여줄지 지켜보고 있다.

비가 온 후 텃밭는 뭐 기대할게 별로 없다. 오이는 겨우 손바닥 길이 만큼 컸는데 좀 더 키우려고 안 땄다. 옆에 방울토마토는 달려 있는거 보다 떨어진게 더 많다.

손잡이를 나무로 만들어서 달았고, 빠찌링(도어스토퍼)은 달았는데 별 신통치 않아서 떼버렸다. 다음에 걸고리나 달아야겠다. 모기와의 전쟁. 신문물. 모기향 연소기. 어느 분이 정원 가꿀때 좋더라는 입소문을 따라 다있쏘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다. 워낙 모기가 많다보니 오른쪽 엉덩이에 매달았다고 왼쪽만 물렸다. 조금 도움은 되는데 한계는 있는듯. 그래도 그게 어딘가?

지난번에 하나둘 피기 시작했는데 조금 아쉬운건 분홍이가 없다. 분명 같이 파종했는데 ᆢ좀 더 지켜보자.아직 실망하긴 이른듯.

깨순이 나리. 주황색에 점 무늬. 참나리라고 그러네. 무궁화도 이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화했다.수양홍도 담장 밖에 뭔가 침엽수같은 작은게 났는데 지켜봐야겠다. 궁금.

소독을 안해서 사과가 웃기게 생겼지만 풋사과 맛이 난다. 작은거 3개 수확했다. 정원에 태양광 등을 꽂아 놨는데 고장났나 싶었는데 오늘 웬일로 전등이 들어왔다. 사진을 찍을때 플레쉬가 터져서 표시가 안나네. 힝!

큰 밤나무가 맛도 좋고 실한 알밤을 해년마다 내주었다. 올해도 나날이 커져가는 밤송이가 흐믓하다. 낮은 돌담은 돌을 하나하나 주워다가 쌓았고, 정원 쪽문도 아담하게 만들었다. 돌담 아래에 배롱나무는 진분홍 꽃이 피었고 한창 예쁠때다. 너무 인위적인게 싫으시다며 잔디밭과 화단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그것도 의도한 바. 때가 되서 갖가지 꽃들이 피고지면 그게 화단인가 싶다. 지붕에는 살짜기 내려온 능소화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하늘은 구름이 드리운 것이 또 비가 오려나?
이번에 시골집이 폭우에 어떤가 걱정이 많이 됬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것이 이번 비가 얼마나 대단했는가 가늠하게 한다. 모든 세간살이가 습기와 곰팡이에 덮였고, 앞마당 잔디는 그냥그렇게 보여도 조금이라도 낮은 자리는 물이고여 첨벙거리고, 보이지 않게 물이 흐르는 잔디골 수로도 있다. 양수기는 샘이 되었고, 정원 수로는 진짜 웬만한 냇물이 됬다. 다행히 어느 구석 무너진 부분은 없다. 지금은 낮에 조금만 움직이면 워낙 찜솥같아서 아무리 수분 보충을 한다해도 어질어질하다. 하루 더 있다가 오려고 했는데 계획 변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더 있다간 눈 앞에 보이는걸 또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게 될까봐, 그닥 꼭 해내야 하는 일도 아닌데 보이면 무리하게 될거 같았다. 사실 더위때문에 도망왔다. 다음으로는 주방에 한켠의 쉼터를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간이 침상을 만들기로 한다. 잠깐 쉴건데 흙먼지 떨고 방으로 가서 눕고싶지 않으시다고 하시네. 이번 여름은 벌써부터 시끄러운데 장마 지나고 오는 태풍도 긴장해야 한다. 잘 대비해서 더 이상 재난이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