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한옥 일기 221231

올해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몇해 전에 어마무시한 한파가 와서 화장실 수도랑 변기 얼었었지. 이번에도 폭설에 한파가 찾아와서 제일 걱정되는게 수도랑 보일러 였다. 폭설때문에 길이 않좋아서 시골집 걱정된다고 움직이다가 사고 날까봐 조심하느라 몇번 주말을 건넜더니 한참만이다. 오늘 날씨가 조금 따뜻한거 같아서 다녀왔다. 수도는 다행히 문제가 없다. 보일러는 가스 보일러로 교체하고 첫해여서 더 걱정 스러웠다. 보일러 배관 아래로 받쳐놓은 대야에 물이 꽝꽝 얼었다. 배관 아래로 물이 떨어지고 방 안에 컨트롤박스는 점검 불이 빨갛게 깜빡거린다. 문제가 어딘가 얼었겠다 싶어서 서비스센테에 전화해서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물었다. 직수배관을 해동하려고 방법을 써보고 몇가지 추측만 하다가 정확한 문제 해결을 못하고 방문서비스 신청하면서 전화를 마무리했다. 방 안에 컨트롤 박스 전원 버튼을 만졌는데 아까 깜박이던 빨간 불은 안나오고 보일러가 가동하는듯이 소리가 났다. 잉? 모지? 조금 지나서 다시 점검 불이 들어올수도 있으니까 지켜보기로 했다. 그 사이에 밥도 먹고 밭에도 살짝 둘러보고 방에 들어와 보니 방바닥이 따뜻하다. 문제 해결 된건가? 우연히 해결 된건가? 배수관이 심하게 얼은 상태가 아니였는데 살짝이라도 녹여냈다고 관이 해동이 된거였을까? 암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비스 신청한거 해제했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며 빨리 보일러실 벽공사를 했었어야 했다며 우리끼리 얘기를 했지만, 큰 일이 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였다. 날이 좋아지면 보일러실 벽이랑 문짝 부터 해야겠다.

몇해 전 한파때는 꽃눈이 동해를 입고 봄에 개화를 못했었다. 올해 한파에는 아직은 멀쩡하다. 겨울이 아직도 길게 남아 있으니 안심하는건 아니다. 올 겨울 이제 그만 추워도 될거 같다. 온화하게 남은 겨울 지났으면 ᆢ

고양이들 땅 파해친다고 튤립 밭에 망을 씌웠더니 눈 무게를 못이기고 쓰러졌다. 계란가지 노랗게 익기도 전이라 수확하지 않고 두었었는데 지금은 동해 입고 이꼴이 됬다.

목화 씨방 꼬투리를 말렸더니 꽃 피듯이 벌어졌다. 그리고 저 보솜보솜한 솜 뭉치 안에 씨앗이 만져진다. 신기방기. 목화 솜 처음 본다. 저 솜뭉치를 가지고 실을 뽑아 옷을 지어입고 이불도 만들었단다.

은혜언니가 내 생일을 맞아서 받고싶은거 있냐고 하길래 몇가지 묘목 리스트를 보냈더니 한참만(종묘회사 출하 시기때문에)에 묘목이 왔다. 그 중에 왼쪽 뽁뽁이는 대추(무등) 오른쪽 뽁뽁이는 미니사과(루비에스). 봄이 와서 새순을 까꿍 내밀면 제대로 안심이 될거 같다.

고목이 밭 한켠에 있다. 밤나무 고목. 이 나무를 배어버리지 않는 이유는 이 고목에도 멋지게 장식을 해보고싶다. 시골집을 둘러보고 돌아오려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방모서리에 세워 둔 전신거울을 보고 나를 한컷 찍어봤다. 여름 내내 고생하여 만든 광창이 머리 위로 보이고 천정에 삐뚤빼뚤한 서까래가 운치를 올려주는거 같다. 방 안으로 혹서를 피해 이주한 화분들 햇살은 아쉽겠지만 춥지는 않을거야.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노숙자들이 될 녀석들.
오랫만에 시골집에 와서 이 추위에 많은 것을 하지 못한다. 그래도 궁금하고 걱정되서 와 봤다. 올 한해가 몇시간 남지 않았다. 잘 마무리하는게 뭔지 ᆢ 그저 때때마다 맘 내키는대로 열심히 하다가 슬렁슬렁하다가 그랬다. 내 맘 속으로는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수많은 생각들을 했어도 현실화 한것은 많지 않다. 내년에도 똑같이 이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한해를 마무리 한다면 온 가족 건강했고 묵묵해 내 일을 할 수 있었다는게 감사하다.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워질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살짝 겁도 나지만 최선을 다하는데 불어닥친 바람을 나만 피할수 있겠나? 어쩌든 잘 피해서 이겨내야지. 모두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기도해 본다. 이게 나의 마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