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충우돌 한옥 일기 220130
로즈마리가 재작년 맹추위에는 가지가 많이 죽더니 올겨울 추위는 어지간히 크게 커서 그런지 끄떡도 없이 청청하다. 사철나무도 새순까지 올리면서 생생함을 자랑하고, 저 쓰러진 부추같은 것들은 꽃무릇 잎이다. 올 가을에는 빨강 꽃을 엄청 피워대겠네.
대문 들어오는 입구 바닥을 시멘트로 덮어놨다. 흙바닥은 비올때 불편하고 먼지 날리니까 시멘트로 적당히 덮어놓았던 건데 ᆢ 이번 겨울 추위에 땅이 얼었다녹았다 하면서 깨지고 들떴다. 어차피 임시로 덮어놓은거긴 하지만 ᆢ저거 들어내고 판석을 깔고싶은데 그걸 어떻게 공수하냐? 천천히 생각해보자. 문간채 기단도 시멘트로 덮어놨는데 들떠서 틈이 생겼다.
밤나무 고목이 있다. 둥치가 지름이 60~70cm쯤 될거 같다. 옆집 아저씨 말로는 누군가가 일부러 고사시켰다고 한다. 이 큰 나무를 왜 죽이는지 이해가 안간다. 이 고목에 꽃 피워주려고 능소화를 심었는데 돼지감자가 워낙 주변에 왕성해서 수세에 밀려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지금은 추워서 주변이 휑하지만 여름에는 아마존밀림 같아서 들어가지 못할정도다. 돼지감자 열심히 캐서 먹었는데 올해엔 좀 덜 하려나? 언덕배기에 큰나무 둥치 두개가 보인다. 있다는 말은 듣긴했는데 여기도 워낙 밀림지대라 다른 때는 존재를 알수가 없다. 오늘은 낙엽과 잡초더미에 덮혀있는 나무 둥치가 살짝 보인다. 언덕배기에 이런 큰 나무 둥치가 여러개 있다. 어머님 말로는 10개도 넘을거란다. 헉! 그렇게나 많았나?
지난 여름에 수고해서 만든 문간채 방 창문 앞에 다육이를 놨다. 창이 서쪽으로 나서 오후에는 해가 들거든.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곳이다. 창이 나무가 건조되면서 틈이 커졌는지 덜거덕거리나 싶어서 못을 박아 고정하려다가 드릴비트(속기리?)가 틀에 박혀서 빼내느라 애먹었다.
황철쭉을 파종해서 애지중지 키웠다. 곳곳에 옮겨 심었는데 안보여서 밟아버린 것도 있으려나? 죽은것도 있을지 모른다. 황철쭉과 옆에 작은 소나무. 건초 이불덮고 안녕한거 한개 확인. 언덕배기에 잡초 사이에 제법 큰 황철쭉 하나 확인. 이참에 옆에 잡초들 좀 정리해준다. 그런데 황철쭉 파종판은 당분간 못 만들거 같다. 하우스라도 만들면 그때나 해야할까봐.
헤이즐넛 나무 가지에 눈이 줄줄이 있다. 지난 해엔 달랑 한개 결실된거 봤었는데 일부러 그냥 뒀더니 다 익어서 스스로 떨어졌다. 설마 싹이 나는건 아니겠지? 비파나무는 추위에 약하다고 해서 뽁뽁이 비닐 씌워주었더니 속에 푸른 잎 달고 잘 살고 있다. 돼지감자 사이에서 겨우 살아남은 편백나무. 잘 키워야 되는데 ᆢ 블루베리 빨강 가지. 가지에도 색소가 있나봐. 찔레 가지도 붉다.
가지에 붙어 말라버린 무화과. 레몬나무도 추위에 약하니까 뽁뽁이옷 입혀 주었는데 윗가지는 죽었겠다. 속에서 새 가지가 나오길 바래. 앞집 담장 아래는 동네 사람들이 길을 낸다. 개인 사유지에 주인의 허락도 없이 왜 이럴까? 못 다니게 작은 나무도 심고 꽃도 심고 했는데 소용없다. 단풍나무 가지에 새가 집을 지었다. 집주인은 모르겠다. 새집이 10cm정도 되는거로는 작은 새다. 새집도 만들어서 고목에 달아줄까보다. 문간채 작은방 바깥문에 창을 만드는 중이다. 작은 창에 한지 붙였다.
탁자 다리가 흔들거리고 부실해서 쓸모없다고 버렸나보다. 시골집에서는 하다못해 장작으로라도 쓸 요량으로 주워 왔다. 자세히 보니까 상판은 멀쩡한게 다리만 고치면 되겠다. 원목 탁자니까 좋다. 내가 고쳐줄게.
언덕배기에 올라서 집을 내려다 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문간채. 대문이 가운데 있고 양쪽으로 큰방 작은방 두개가 있다. 왼쪽 거물은 본채. 처마를 길게 내었지만 겨울이라 햇살은 깊이 들어온다. 그리고 앞으로 보이는 건물이 광(=고방). 광에는 헛간, 곡간,한 칸의 방, 창고가 있다. 창고는 벽이 없고 함석판으로 대충 막아져 있다. 그 너머로는 옆집 아저씨네 집. 광 일부가 옆집 땅으로 되어 있다. 예전부터 있었던 건물이지만 최근에 측량을 다시 해서 경계를 확정지었다. 우리가 이 집을 샀을때 이런 사정을 몰랐고 이제와서 광 일부를 쪼개 낼 수 없다. 처음부터 우리에겐 본채, 광, 문간채 이게 한 덩어리였다. 관리가 안되서 허름했지만 세월이 오래된 한옥집을 보고 가치와 매력을 느꼈는데 집을 허문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옆집과 잘 협의해서 땅을 수용하고 싶다. 광도 오래되서 허름하지만 잘 고쳐서 가꾸면 예뻐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 : 집안에 보관하기 어려운 각종 물품을 넣어두기 위해 집 바깥에 따로 만들어 두는 집채. 수납하는 물건에 따라 창고, 곡간, 찬광, 골방, 서고 등이 있다. 문짝이 없는 광은 헛간, 곡물을 넣어두는 광은 곡간. (다음 백과 출처)
그동안 광을 아랫채라 불렀는데 자료를 찾아보고 광이라고 해야겠다.
지난주에 사정이 있어서 시골집에 못 왔더니 집이 궁금했다. 명절 전이라 길이 막힐까봐 살짝 걱정됬는데 다행히 길은 좋았다. 햇살도 좋았고, 아침에 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집을 둘러봤다. 특별히 한건 없지만 정원이며 밭이며 둘러보며 한동안 문간채 미닫이문 만드느라 눈길 주지 못했던 식물들에게 겨울잠 잘자라고 인사한다. 추위가 조금만 풀리면 또 다시 쉴새없이 변화할 시골집. 이제는 봄날을 기다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