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한옥 일기 211010
화분에 심어 놓은 엔젤트럼펫 꽃이 무쟈게 크다. 밤이되니까 꽃 향기가 진동을 한다. 뭐 개취가 다르다지만 내가 썩 좋아하는 향기는 아님. 밤에 활짝 핀다는 의미가 나방이를 끌어들이겠다는 건가?
우연히 꽃에 앉은 날벌레들을 찍었다. 어느 녀석인지 할멈 잎사귀를 다 뜯어 먹었네.
경첩을 달려면 홈파기를 해야 한다. 홈파기를 안해도 되는 경첩이 있다지만 그런 경첩은 목문이 무거울 경우에 내구성이 떨어진다. 이 방문짝은 무려 15kg쯤 되려나? 그래서 튼튼한 경첩 달아 줘야지. 홈 파는게 끌로 깎아내는 작업인데, 문짝에 먼저 홈을 파고 경첩을 달고, 문틀에 경첩 위치 표시한 다음 문틀에도 홈 파고ᆢ근데 이거 무지 힘듦. 에고 안전을 위해 장갑을 끼고 작업하는데 땀은 나고 끌잡은 손은 물집 잡힐거 같이 아프다. 단번에 깎아지는게 아니고 조금씩조금씩. 드디어 경첩을 달았는데 어? 문이 안닫히네. 뭐지? 문틀과 문짝이 부딛히는 자리가 있네. 에혀 또 끌질 시작. 몇군데 깎고 문을 닫아보고, 부딛히는 자리가 어딘지 확인하고 다시 깎고, 반복. 빡빡하지만 문이 닫힌다. 나무가 햇빛 받아서 수축할수도 있으니 끌질은 여기까지 마무리 하고, 다음에 마저 다듬기로 한다.
바깥에는 한옥 문 장식에 쓰는 링손잡이를 달고, 안쪽에는 회전해서 잠그고 열기가 가능한 손잡이를 달았다. 문틈이 있는데는 문풍지를 바르기로 하고, 문짝 방안은 예쁜 한지를 발라 마무리하려고 한다.
문설주, 서까래, 인방, 기둥, 보 ᆢ또 뭐가 있나? 여튼 방 안쪽에 드러나 있는 목재 부분은 수 많은 못 자국, 도배지, 먼지, 벽체 보수하면서 바른 시멘트, 핸디코트 이런것들이 덕지덕지하고 지저분하다. 심지어는 벌레들이 나무 파먹은 자리도 있다. 긁어내기도 하고 물걸레로 불려내서 닦기도 한다. 얼른 마무리 하고 싶어서 속도를 내보지만 쉽지않다.
개구리는 엄마 무덤 떠내려 갈까봐 걱정되는지 개굴개굴 운다. 얘네들은 비 오기 전부터 개굴개굴 한다. 그래서 습하고 덥다. 아버님은 내가 뚝딱거리는게 신기하다고 웃으신다. 내 재주에 감탄하는 거겠지?ㅋㅋ 오늘은 끌질을 많이해서 손목이 얼얼하다. 텃밭에 열무는 빽빽하면 안큰다고 속아내서 김치 담근다. 얼마 많지는 안은데 열무가 질기구나. 난 잘 모르겠던데 열무가 고소하다고 그러네. 고구마는 서리 내리기 전에 캐야 한단다. 서리 맞으면 고구마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네. 근데 또 비올때 캐면 잘 썪는단다. 결국 오늘 개구리가 울고 비가 왔으니 고구마는 못 캤다. 일에는 다 때가 있는데 고구마 캐는 때는 언제 올까? 아침저녁으로 갑자기 추워서 서리내리면 고구마는 끝이다. 정원 사진은 별로 못 찍었네. 그럴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