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한옥 일기 210912
지난 주에 한쪽 문짝을 만들었고 이번에는 나머지 문짝 마저 만들고자 한다. 문짝을 떼서 우선 옆에 세워놨고 문제의 둔테(문짝의 돌촉을 위아래로 끼워서 문을 여닫는 축이 되는 부분. 아래부분은 둔테, 윗부분은 지도리)는 입체적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것을 제거하고 새로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내 기술력으로 좀 커지는것이 부담스러워서 살짝만 다듬기로 했다.
널 폭이 185cm인 판재를 인터넷에서 길이만 재단해서 주문한거라 마지막장 널은 켜기를 해야 한다. 절단보다 켜는게 엄청 힘들다. 잘라내야 할 부분을 표시해 놓고 톱질을 하는데, 이게 선따라 잘리는게 아니라 결따라 가는건지 내가 균형이 틀어진건지 자꾸 이탈한다. 내가 초보라서 연장 탓을 해야 겠다. 이 비뚤빼뚤한 모습을 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보기 어려울거다. 마음에 안정이 안될테니까 ᆢ 자세는 어정쩡한 높이로 쩍벌 다리를 하고 톱질 하다보면 허리도 좀 아프고 톱을 잡은 손이 물집 잡힐만큼 아프다. 중간중간 자세 바꾸고 물도 먹고 오전 내내 톱질하다가 점심 먹으라는 소리에 톱을 내려놨다. 흐미~
위쪽 돌촉은 지도리에 끼워지고, 아래쪽 돌촉은 둔테에 끼워진다. 오후에 돌촉을 깎아내고 띠장을 붙이고 띠장 길이를 재단 한다. 이제 문짝 달아볼까나?
둔테가 기울어져 있어서 문짝 아랫 부분 널이 겹친다. 이대로는 문을 제대로 닫을수가 없다. 예상은 했지만 이걸 어쩌지? 머리를 굴려본다.
다음날 아구가 안 맞는 문짝을 다시 떼어내고, 그 중 첫번째 널을 떼어낸다. 끌을 이용해서 널 옆선을 조금 깎어 낸다. 겨우 문은 닫히게 됬다만 ᆢ
안에서 본 대문. 한쪽 문을 열고 바라본 문짝. 문 아래쪽을 맞추었지만 그러나 이것도 둔테가 기울어서 윗부분이 뜬다. 처음에 목재가 뒤틀려서 그런가 했는데 저 요망할 둔테가 앞뒤로 좌우로 기울은 탓에 그런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건 둔테도 그렇지만 건물 기둥도 기울어져 있어서 내 능력 밖이다. 이렇게 안맞으면 빗장 만드는 것도 도어락 설치하는 것도 까다로와 지는데 ᆢ 고민을 뒤로 하고 다음 단계로 가자.
커피를 바르면 목재 결도 살리고 벌레에도 좋을거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색깔은 잘 안난다. 미세한 차이는 있는데 ᆢ 날씨가 좋으니 한쪽 바르면 마르고, 말려가며 여러번 칠하니까 덜 익은 식빵 색이 나온다. 자외선에 달달구우면 더 진해지긴 하니까 다음번에는 오일스테인 칠을 몇번 해야지. 장석을 달기위해 테이프로 임시고정 했다가 못으로 치는데, 테이프가 접착력이 약한지 톡 떨어지고 톡톡 떨어지고 에이 승질나. 떨어진 장석 주우러 다니다가 겨우 요만큼 붙였다. 나머지는 다음에 달란다. 에고 힘드러. 멀리서 보니 가운데 면판이 대문 크기에 작다. 나중에 더 큰 걸로 바꿔야지.
이 더위에 손주가 좋아하는 곰국을 끓이기위해 불을 땐다. 밤송이 껍질이 많아서 불 때는데 쓰고, 저 곰국은 이틀동안 여러번 우려낼거다.
문간채에 작은 벽장이 있다. 문틀에 덕지덕지 붙은 벽지도 떼고 구멍나서 빛이 새는 자리를 시멘트로 바르고 메꾼다.
방바닥도 엄청 기울어 있다. 방바닥도 시멘트로 바른다. 고무다라에 시멘트 섞어섞어. 이거 시멘트가 무거워서 힘드러.
옥잠화가 여기저기에서 핀다. 저기 대문밖 정원 안쪽에 햇빛도 안드는데서 해년마다 꽃을 피워낸다.
강렬한 빨강색 꽃. 꽃무릇이 작년에는 이식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별로 안피더니 올해는 꽃대를 많이 올린다. 중정에도 언덕배기에도 ᆢ 이제 막 시작인데 얼마나 더 필런지. 이쁜 꽃 좋아.
방아 꽃. 연보라색 꽃이 피었네. 향이 독특해서 음식에 넣어 먹는것에 호불호가 있지만 우리 식구들은 다 좋아해. 텃밭 한켠에 마트표 미니파프리카 그 가운데 쪽파. 먹거리들이 자라는 텃밭은 조금만 신경 못 쓰면 잡풀이 엄청나지. 백일홍은 아직도 피고지고. 밤송이 널어 말려 땔감 쓰기. 설악초 아직도 꽃 피기. 주황색 나리는 주아가 입장 겨드랑이에 콩알처럼 달렸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이상하게 시골집 들어가는 골목에서 부터 재채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하루종일 콧물이 지맘대로 똑똑 떨어진다. 없던 알레르기 증상이 생기는건가 이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안되겠길래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던 약(코 속에 분무하는 약)을 썼는데 코가 꽉 막히더니 코가 맹맹하다. 이번 주말은 작정하고 대문 만들었고, 제대로 정원 텃밭을 둘러보지 못했다. 슬쩍 보이는데로만 몇장 사진 남겼다. 어머님 말로는 밤은 이제 더 안 떨어진다 했고, 누군지 짐작은 되는데 누군가가 밤 주우러 우리 밭에 들어온 흔적이 있다는 전언이다. 밭 가장자리로는 잡풀도 많지만 눈 건강에 좋은 메리골드도 심어놨는데 그걸 다 아작냈다는 것이다. 뭬야? 그거 얼마한다고 마트가서 사 먹지. 남의 것을 얄밉게 훔쳐 먹나? 거기다 왜 이쁜 꽃을 파헤치고 ㅈㄹ이여? 그래도 아무말 안하는 이유가 많지. 앞집 아주머니는 내가 대문 만들고 있는걸 보더니 전문가 냐고 그런다. ㅋㅋ 처음이라고 했더니 진심으로 놀라며 자기 길 가버렸다. 나도 오랫동안 고민과 인터넷으로 공부 하면서 이리저리 재료 저렴한 판매처 서핑하면서 만든 것이라 뿌듯하다. 미려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고, 어딘가에 550원을 숨겨 놨다.